[스포츠춘추]
미국 대학 소프트볼 최고의 선수가 전례 없는 100만 달러(약 13억 원) 규모의 NIL(이름, 초상권 등이 포함된 대학 운동선수들의 마케팅 계약) 계약을 맺고 이적을 결정해 화제다.
30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스탠퍼드 대학 소프트볼팀의 에이스 투수 니자리 캐내디(20)가 텍사스 테크 대학으로 이적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텍사스 테크 대학의 NIL 단체인 '마타도르 클럽'이 캐내디와 1년 계약에 105만24달러 규모의 NIL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소프트볼 선수로는 최고액이며, 대학 여자 스포츠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금액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소프트볼 선수의 일반적인 NIL 계약 규모는 10만~15만 달러 수준이다.
캐내디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스탠퍼드에서 맹활약했다. 1학년 시즌과 2학년 시즌 모두 전미 최저 평균자책(각각 0.57, 0.65)을 기록했고, 올해는 230.2이닝 동안 33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전미 1위에 올랐다. 특히 그의 라이즈볼은 타자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주무기로 꼽힌다.
ESPN 해설위원 제시카 멘도사는 "그녀는 독보적인 존재"라며 "투수로서뿐만 아니라 혼자서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캐내디의 이적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6월 17일 트랜스퍼 포털에 이름을 올린 후 여러 명문 대학의 러브콜을 받았다. 텍사스 테크는 후발 주자였지만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7월 22일 저녁, 캐내디 가족은 텍사스 테크 관계자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텍사스 테크 출신의 사업가 존 셀러스 부부와 마타도르 클럽의 이사 마크 맥두걸이 참석했다. 3시간에 걸친 만찬에서 100만 달러 규모의 NIL 제안이 이뤄졌지만, 캐내디는 즉답을 피했다.
다음 날 캐내디는 캠퍼스를 둘러보고 새로 부임한 게리 글래스코 감독을 만났다. 글래스코 감독은 캐내디에게 팀의 비전을 제시하고, 타석에서도 기회를 줄 것을 약속했다. 텍사스 테크는 캐내디의 개인 브랜딩과 소셜 미디어 활동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7월 26일 오후, 캐내디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텍사스 테크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11분 후 마타도르 클럽은 캐내디와의 계약 체결을 알렸고, 텍사스 테크 소프트볼팀은 시즌 티켓 예약 링크를 공개했다.
존 셀러스는 "캐내디가 텍사스 테크에서 받게 될 사랑과 지원을 느꼈을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종목이든 좋은 문화를 만들고 많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대학 소프트볼과 여자 스포츠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오픈도스의 블레이크 로렌스 CEO는 "D-1 소프트볼 선수의 연간 보상으로는 전례가 없는 금액"이라며 "캐내디가 소속 컨퍼런스의 모든 소프트볼 선수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테크 소프트볼팀의 2023 회계연도 수입은 138만 달러였지만, 이는 셀러스 부부의 100만 달러 기부금이 포함된 금액이다. 실제로는 115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래스코 감독의 5년 계약 총액이 133만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캐내디의 NIL 계약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단순히 시장 가격을 재설정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UCLA의 전설적인 감독 수 엔퀴스트는 "캐내디는 초기 NIL 트랜스퍼 포털 스토리의 얼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성장과 관심에는 압박감도 따른다. 텍사스 테크 소프트볼팀은 갑자기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떠오르며 그에 걸맞은 기대와 압박을 감당해야 한다.
로렌스 CEO는 "케이틀린 클라크가 2학년 후 트랜스퍼 포털에 올랐다면 입찰 경쟁이 어디까지 갔을지 상상해보라"며 "여자 스포츠의 성장, 소프트볼 시청률 상승, 그리고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 시장에 나온 것을 고려하면 100만 달러 계약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대학 스포츠에서 NIL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던 여자 소프트볼에서 이런 대형 계약이 성사된 것은 여자 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NIL을 둘러싼 대학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이는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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